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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키기 호세이 - [폐쇄병동]
로터스에 꾸준히 오시는 분들이면 이젠 모두 알 법한 ^ㅂ^ 애증의 모 메디컬 시리즈(라고 새삼 말하니까 웃기네요) 때문에 팔자에도 없던 메디컬물을 찾아 이리저리 기웃대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에 렛츠리뷰에서 '현역 정신과 의사가 쓴 진솔한 책'이라는 소개를 보고 냉큼 신청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아래 리뷰에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포인트 감상보다는 전체적인 인상에 대해 써야 할 책이라서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며, 군상 소설입니다. 어떤 의미로는 성장 소설이기도 하구요. [폐쇄병동]은 시마자키양, 히데마루씨, 주씨(츠카모토씨), 쇼하치&게이고를 중심으로 병동의 일상과 사건을 담담하게 서술하는 서사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특정된 공간 배경에서 벌어지는 일상을 쓰는 소설은 자칫하면 지루해질 수도 있는 스타일인데, [폐쇄병동]은 크고 작은 사건들을 적절히 배치했고, 뒤로 갈 수록 사건과 감정의 긴장이 고조되어 지루하단 느낌없이 읽을 수 있었어요.
또한 정신과 병동의 실태를 극히 공정한 시선에서 그려냅니다. 작가는 작중 내내 정신병동의 환자를 위험 요소나 연민의 대상이 아니라 그저 그 사람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본인이 정신과 의사, 그것도 휴머니즘 넘치는 의사이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요. 아니, 어쩌면 그렇기에 더 불가능했을 지도 모르는데도 불구하고. 자기가 속한 세계를 어떤 패러다임에 구속됨 없이 바라보는 일은 어지간해서는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참 절묘하게 균형을 잡고 담백하게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문구는 '병원은 최후의 안식처가 아니야. 오랜 여행에 지친 새들이 쉬어가는 숲일 뿐이라네' 라는 말과 '병원에 들어온 순간, 환자라는 차원이 다른 세상의 인간이 되고 말았다. 그곳에서는 이전의 직업도, 인품도, 취향도 일체 따지지 않았다. 해골이나 마찬가지였다. 주 씨는 자기들이 해골이 아니라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환자이면서 환자 외의 것도 될 수 있다고 호소하고 싶었다.' 라는 서술일 겁니다. 이 문장들만 봐도 작가 하하키기의 사상이나 인품의 깊이가 여지없이 드러나죠.
하지만 저는 왠지 '사람의 인생은 죽 이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안정되는 거지, 이게 처음부터 뚝뚝 끊어져 있으면 의미를 잃게 되거든'이라는 히데마루씨의 편지가 기억에 남네요. 무척이나 소탈한 말인데도, 인간에게 있어 단절-인간과의 단절, 시간과의 단절, 사회와의 단절, 자신과의 단절까지-이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를 역설적으로 처절하게 말하고 있어서 가슴을 울립니다.

다만 아무래도 모 시리즈 ^ㅂ^ 처럼 엔터테인먼트에 중점을 둔 책이 아니기 때문에 캐릭터성은 약합니다. 분명히 캐릭터별로 제각각의 사연이 있고, 현재 병원 내에서의 위치나 병명, 습관 등의 특징이 주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 번씩 앞으로 돌아가 확인해야 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군상을 다룰 때 집단과 개인 중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가 하는 딜레마에서 허우적대지 않고 양쪽 모두 다루며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는 작가의 노련함이 엿보입니다.

또, 뒷표지에 홍보용 문구로 '빌린 책인데 마지막에 우느라 책이 질척해져서 새로 사서 돌려줘야했다'라는 일본 아마존 서평을 인용했던데, 개인적으로는 좀 오버; 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잔잔하게 마음에 와닿는 진솔한 글이지만 눈물샘을 자극해서 정신없이 울게 하는 책은 아니거든요.

모처럼 책을 덮고 차분하게 눈을 감고 되새기고 싶은 좋은 책을 만났습니다. 이런 기회를 선사해준 렛츠리뷰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렛츠리뷰
렛츠리뷰
# by 묘희猫姬 | 2009/08/10 00:04 | 감상[鑑賞]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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