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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묘희 카테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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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바티스타 본편을 매형제 중심 3인칭 전지 시점으로 따라가는 장편을 기획했다가 원작이랑 별 다를 게 없어져서 취소했었는데, 하드를 뒤져보니까 끄적거린 조각글이 나오더군요 ^ㅂ^;
그냥 버리기는 왠지 아까워서 올려봅니다. 여기저기 쥐 파먹듯 써서 제대로 안 이어지는 부분도 있고 그래요; 원장실에서 대면 장면 기류가 가볍게 노크를 하고 원장실로 들어서자 그 소리에 다카시나 병원장과 구깃구깃한 가운을 걸치고 부스스한 머리를 한 중년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그다지 단신은 아닌 것 같은데 자세가 좋지 못한 탓인지 실제보다 덩치가 작아 보인다. “기류 쿄우이치입니다.” “다구치 코우헤이입니다.” 먼저 손을 내밀자 머뭇머뭇 맞잡아 온다. 악수가 불편한 전형적인 일본인인 걸까.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고 말씀 많이 들었다는 의례적인 인사를 건네자 ‘어차피 별 볼일 없는 녀석이라는 말씀이었겠죠’ 라고 답한다. “아뇨, 대단한 평가였습니다. 병원의 출세 경쟁에서는 벗어나 있으면서도 계속 대학에 남아있는 터프한 분이라고.” 다구치는 다카시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이내 심드렁한 것인지 담백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미묘한 표정을 한 채 응수했다. “잘못된 평가입니다. 하고 싶은 일은 하고, 하기 싫은 일은 꽁무니를 빼며 제멋대로 지내는 게으름뱅이일 뿐이죠.” 소심할 것 같은 외견과는 달리 병원장 앞에서도 거침없는 그의 언변에 기류는 자기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여러 가지 의미로 의외의 인물이군. 다구치는 이어서 확인하듯 물었다. “병원장님으로부터 선생의 팀에 대한 조사를 의뢰받았습니다. 괜찮겠습니까?” “괜찮습니다. 제가 병원장님께 부탁드린 일이니까요.” 다구치는 적잖이 놀란 듯 눈을 둥그렇게 뜨고 기류를 쳐다보았다. “자진해서 이 조사를 의뢰한 겁니까?” 기류가 긍정하자 다시 ‘수술 미스가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이라며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 아마 그 뒤에 이어질 질문은 ‘그럼 어째서?’겠지. 기류는 선수를 쳤다. “수술 미스가 아니라는 확신이 있기에 부탁드린 겁니다. 심장 수술에서는 환자의 심장을 멈추어 일단 한 번 죽입니다. 집도의의 솜씨가 미숙하면 환자는 죽음의 세계에서 돌아올 수 없게 됩니다. 제 메스가 그렇게 빼앗은 생명이 과거 적잖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싫어 기술을 갈고 닦았고, 이제는 수술에 실패하면 어디가 잘못 되었는지 정도는 스스로 알 수 있습니다.” 다구치는 조금 멍한 얼굴로 ‘대단하시군요.’라고 짧게 감탄사를 뱉었다. * * *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진실도 아니다. 다카시나의 말을 들으며 기류는 속으로 조용히 쓴웃음을 지었다. 거창한 대의명분을 덮어 세우고 있지만 실상 껍질을 벗겨보면 그저 기류가 스스로를 뒷발 재겨 디딜 수 없을 완전무결한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기 위해 친 배수진일 뿐이었기에. 그러나 그 진의를 알고 있는 것은 기류와 나루미, 오로지 두 사람 뿐이다. 기류의 복잡한 속내를 알 리 없는 다구치는 병원장의 설명에 나름대로 납득한 듯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의뢰가 스스로에게 위험 요소가 되면 되었지 이득이 될 것은 없는 미션이라는 것을 직감했는지, ‘지금 외부인이 끼어드는 것은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생각합니다만’ 이라며 슬그머니 빠져나가려 했다. “팀 내부의 시스템 에러가 원인일지도 모릅니다. 만일 그렇다면 똑같은 과오가 계속 반복될 뿐이겠죠. 외부인이 끼어들어 발생할 노이즈와 그가 맡아줄 체크 시스템에 의한 안정성 확보 가능성을 충분히 저울질 해본 뒤 메리트가 더 큰 쪽을 선택한 겁니다.” 기류가 논리적 정합성과 정당성으로 무장한 말로 슬금슬금 뒤로 물러서려는 다구치의 발목을 단숨에 낚아챘다. 그제야 다구치는 완전히 포기하고 들릴 듯 말 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저라도 괜찮다면 의뢰를 받아들이겠습니다. 대신 수술 카르테를 모두 빌려주시고, 카르테 체크 후 스태프 전원에 대한 면담 조사를 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다구치의 말에 곧바로 기류가 카르테는 외래로 보내고 스태프 소개와 조사 일정 조정은 스태프 미팅 때 하도록, 그리고 수술 입회 준비를 해두겠다고 대답했다. 다구치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카시나와 기류를 번갈아 바라보며 사뭇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한 가지 더. 조사 방식은 제게 일임해 주십시오. 대신 이 업무를 최우선으로 처리할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기류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카시나 병원장을 향해 돌아섰다. * * * 다구치는 파일을 집어 들었다. “이거 빌려가도 되겠습니까? 다시 찾기 귀찮아서요.” 순간 기류는 풋, 웃음이 터져 나올 뻔 한 것을 간신히 참았다. 말단 의사가 병원장 앞에서 저런 노골적인 언사라니. 다카시나 병원장도 마찬가지였는지 쓴웃음을 짓고 있다.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그 말투는 여전하군요. 좀 더 점잖은 표현을 공부하는 게 낫겠어요.” 다카시나의 말에 다구치는 불시에 옆구리를 푹 찔린 듯한 표정을 지으며 파일을 옆구리에 끼고 황급히 인사를 하며 문을 향해 돌아섰다. 저렇게 어딘가 사회 통념에서 삐끗 어긋나 있는 타입이 일본 조직 사회, 그것도 대학 병원에서 아직도 ―들은 바에 의하면 상당히 굳건하게― 발붙이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어쩌면 그런 점이 이 다구치 코우헤이라는 남자의 저력일지도 모른다. 잠시 이야기를 나눴을 뿐인데도 이 내부 조사의 담당자로 그가 낙점된 이유에 점점 뚜렷한 윤곽이 잡히고 있었다. 기류는 왠지 다카시나 병원장의 선택을 온전히 납득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도망이라도 치듯 서둘러 문을 열고 나가버린 다구치의 뒤를 따라 병원장실을 나섰다. “바쁘실텐데 수고를 끼쳐드리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곁에 다가선 기류의 말에 다구치는 ‘아뇨, 뭐.’ 라고 우물거리며 가볍게 고개를 마주 숙였다. “정말 제가 맡아도 괜찮겠습니까?” “원장님께서 다구치 선생께 맡기겠다는 말씀을 하셨을 때는 솔직히 놀랐습니다. 하지만 이내 역시, 싶었습니다. 다카시나 선생님은 정말 깊은 혜안이시더군요.” 어느새 엘리베이터 홀 앞에 다다라 멈춰 섰다. 다구치가 다시 기류를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저는 기류 선생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선생은 저 같은 사람은 몰랐을 것 아닙니까? 어떤 인간인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조사를 맡겨 불안하지는 않습니까?” 나루미와 똑같은 말을 한다. 기류는 속으로 슬그머니 웃었다. “실은 병원장님 말고 다른 쪽에서도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충수염 환자 히사구라씨를 기억하십니까? 그 환자 문제로 사카이가 다구치 선생께 크게 신세를 졌다더군요. 사카이는 지금 우리 팀의 스태프로 있습니다.” 다구치 선생은 그 말에 잠시 생각을 더듬으려는 듯 어딘가 멀찍이 흐려진 시선을 한 채 뒷머리를 긁었다. 사실 사카이가 히사구라씨 에피소드를 이야기한 것은 다구치 선생을 치켜 올리는 척 하면서 은근슬쩍 자신의 반감과 다구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타인에게 전염시키려 한 의도였으리라. 옆에서 아주 잠시 듣는 것만으로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결국 그 정도가 사카이의 그릇이다. 하지만 다구치에게 그런 이야기까지 할 필요는 없었기에 기류는 그 이상의 이야기는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닫기 매형제 대화 “정말로 내 의향이 중요했으면 처음부터 얘기했겠지. 나랑 의논도 안 하고 매형 혼자 맘대로 원장에게 가서 둘이 쑥덕거린 꼴을 보니 내가 반대하건 말건 밀어붙일 생각이었단 거잖아. 그래, 조사를 하든 탐문을 하든 어디 맘대로 해봐.” “…이해해줘서 고마워, 료.” 나루미는 ‘이해는 얼어 죽을.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물어 본 거 대답이나 해.’ 라며 부러 뾰족하게 쏘아붙였다. 기류는 피식 웃었다. “다구치 선생 말이지? 흠, Unique… and eccentric.” 기류는 물을 한 모금 넘기고 말을 이었다. “대학 병원의 출세 가도에서는 한참 벗어나 있으면서도 병원 내에서의 자기 자리는 확실하게 지키고 있고, 말하는 방식을 보면 자기 몸 지키려는 처세술에 능한 것 같으면서도 병원장 앞에서 막말에 가까운 소릴 할 정도로 허술하기도 하고. 소심한 건지 대범한 건지도 알 수 없고. 하여튼 연구대상감이랄까. 꽤 재밌어.” “흐응….” 나루미는 감탄인지 비아냥인지 모를 미묘한 콧소리를 냈다. “그래서, 조사는 뭘 언제 어떻게 한다는 건데?” 닫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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