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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스타 잡담 2
문득 생각난 게 있어서 정리해둡니다. 나중에 좀 더 추가할듯.

정리용이라 반말. 원작 스포일러 베이스.


* 나루미는 피터팬이었다. 어른이 되기를, 현실에 발 붙이고 살아가기를 거부했다. 손이 망가져 외과의사로서는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외과의 정상에 선다는 목표를 추구하며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라는 환상을 깨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만의 네버랜드를 지키기 위해 기류의 등 뒤에 숨어서 그의 손을 잡고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 환상 속에서 살아가는 자기 자신의 모습에 홀린 나르시시스트였고. 자신을 '닥터 기류의 그림자'라고 칭하면서, 그 말이 주는 비극성과 상징성이 주는 미학에 심취해있었던 거다.
참 답이 없는 애로군? 하는 생각이 불쑥 들긴 하는데.... 나루미는 그런 스스로에 대해 자각은 하고 있었지만 역시 피터팬답게 눈 돌리고 있었고, 기류는 알고 있어도 그런 어린 애가 그저 가엾고 안타까워 어떻게든 자기 팔로 지키려고 애쓰는 게 한계였겠지. 시라토리만이 그런 나루미에게 가차없이 메스를 들이댔지만. 제 3자, 철저한 타인이니까 가능한 것이었겠지만.
이제 네버랜드는 없다. 부서진 세계 밖으로 끌려나온 나루미는 과연 어떻게 될까. 그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된다면 어떤 어른이 될까.
...내가 점점 나루미에게 이입하며 자꾸 마음 쓰는 건, 아마 그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아서가 아닐까.


* 나루미의 손이 움직이지 않았던 것은 인식과 개념의 대립, 좌뇌와 우뇌의 충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쪽 방면 지식은 전무한 수준이라서 ㄱ-; 확신 따위 없지만 그냥 책 읽다가 해 본 생각이다. 그런고로 클레임 금지 :p
보통 사람의 경우 좌뇌적 명령(개념)과 우뇌적 명령(인식)이 충돌할 때 어느 한 쪽이 우세를 점하는 것으로 해결을 보지만, 나루미의 경우 그게 불가능했던 게 아닐까. 사고 이전 그의 안에서 극도로 예민하고 첨예하고 섬세한 균형을 이루던 것이 깨지자 걷잡을 수 없이 망가졌겠지. 원상 회복이 불가능할 만큼.
결국 이 충돌 속에서 일종의 지휘 체계 부재 상태가 되고, 말단부인 손은 누구의 명령도 받지 못한 채 어쩔 줄 모르며 그 자리에서 얼어 붙어버린다.... 그런 매커니즘 아니었을까.


* 만약, 이라는 말은 패러렐 월드로 향하는 위험한 한 발짝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써보자.
만약, 바티스타 스캔들이 일어나지 않고 그대로 연전연승하며, 줄타기를 어떻게든 계속 성공시키면서 매형제가 일본에서의 생활을 지속했다면.
아마도 둘은 그야말로 사실혼에 가까운 유사 연인 내지는 유사 부부처럼 되었을 거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들끓던 증오와 분노가 가라앉고, 기류의 눈이 나빠진 이후로 애증은 점차 동지애와 연민으로 번졌으니 그 이후의 단계로 나아간다고 해서 이상할 것도 없겠지.
아마도 바티스타 사건이 일어난 시점은 그 직전의 단계였을 것 같다. [애<증]의 단계에서 [애>증]으로 점차 벡터가 기울기 시작한 즈음. 하지만 사건이 터져서 결국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놓았고, 거기서 감정의 발전도 끊어져버렸으니 유사 부부의 단계는 그야말로 패러렐 월드에서나 고려할 수 있을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참고로 나는 바티스타 시점까지의 매형제가 '사랑한다'거나 '좋아한다' 라는 말을 하는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걸 대전제로 2차 창작을 하고 있다. 신체 접촉(섹슈얼한 것을 포함해서)은 태연히 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하고 소중한 사람이라는 건 알지만 상대방을 사랑하느냐고 묻는다면 두 사람 모두 아니라고 대답할. 그런 사이. 2차 창작 치고는 좀 무미건조할지도. (2차 창작이라는게 사실 원작에서 안 엮어주니까 엮어놓고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서 하는 거 아니겠나 보통은)
언젠가는 매형제론(....거창하군)이라도 한 번 쭉 풀어볼까 싶긴 하다. 생각을 2차 창작 안에서 깨끗하게 풀지 못하는 능력부족의 반증밖에 더 되겠냐 싶어서 좀 망설여지기는 하는데;
일웹 쪽에서는 거의 대놓고 연인 관계임을 전제로 하는 매형제물 뿐이어서.... 나는 결국 또 마이너인가 orz 라고 살짝 좌절했고, 결국 내 취향의 것은 내가 만드는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아서 쪼끔 슬픈 요즘이다. ㅠ_-)


*일웹에서의 매형제 얘기 기왕 꺼낸 김에 좀 더. (몇 군데 안 되지만)
왠지 다들 원작 기반이 아니라서 그런지(보통은 드라마, 매우 드물게 영화), 매형제의 감정 벡터에 있어서 가장 큰 전환점인 서던크로스에서의 예의 그 사고에 대해 별로 다루질 않는다. 거의 후일담이나, 그 이전의 플로리다 시절의 감정 묘사에 치중하는 편. 사고 직후 이야기는 없다.
난 오히려 그 사건이 없었으면 매형제 불륜; 도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쪽이라서(혹은 나루미 혼자 일방적이고 희미한 감정 정도는 품었을지 모르겠지만 밖으로 꺼내는 일 없이 적당히 눌러 죽였을 듯) 상당히 놀랐다. 역시 동인적 해석이란 십인십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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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스타수술팀의영광
# by 묘희猫姬 | 2009/01/20 18:52 | 감상[鑑賞]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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