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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묘희 카테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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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 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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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전부터 깨작거리던걸 대충 손봐서 올립니다.
보시려거든 클릭 “아유, 어쩌면 그리 피부도 곱던지. 하얗고 보들보들하고 뽀송뽀송한 것이 해가 무식하게 쨍쨍 내리쬐는 남부 촌구석 나라 베르비스에서 자랐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라니까? 아, 남부하니까 생각나는데, 역시 남부 출신에게 카셀라의 겨울은 좀 혹독하지. 내색은 안 해도 추위에 힘들어하는 것 같더라. 황태자비 방에는 장작을 좀 더 넉넉하게 때라고 해뒀어. 그리고 갈대색에 황금을 섞은 것 같은 머리카락은 가느다란데다가 찰랑찰랑 매끄럽고 윤기 나서 말이지, 늘어뜨려도 예쁘고 땋아 올려도 예쁘고 살짝 말아줘도 예쁘더라고. 으음, 사실은 조금 질투 나더라? 이 나의 붉은 머리도 나름 아름답지만 역시 미인은 금발이어야 하는 걸까~ 하지만 역시 가장 압권은 가냘픈 듯 하면서도 완벽한 몸매-” “……누님,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끝없이 재잘대는 목소리에 이펠리온은 결국 손에 들고 있던 종이 뭉치를 탁 소리가 나게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그러자 그의 맞은편에서 테이블에 팔꿈치를 괴고 느슨하게 기대 앉아있던 에트레아가 몸을 일으키며 싱긋, 일견 사심 없어 보이는 미소를 만면에 걸었다. “친애하는 동생과 티타임 담화 중. 비록 매정한 동생이 누님이 들어오거나 말거나 눈길도 안 주는 바람에 차는 다 식어뻐드러졌지만.” “그런데 대체 리델의 외모 묘사는 왜 하고 계십니까?” “초야도 못 치러봤을 불쌍한 동생을 위해 내가 아는 한 자세히 알려주려는 거지. 대리만족이랄까, 실황 보고라고나 할까?” 차를 한 모금 마시던 이펠리온은 에트레아의 말에 식은 차를 잘못 넘기고 쿨럭 거렸다. 한참 터져 나오는 기침을 주체하지 못하다 간신히 목을 진정시킨 그는 붉어진 얼굴로 에트레아를 바라보았다. 얼굴이 상기된 것이 과연 기침 때문인지 혹은 또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지만. “……그런 건 대체 어디서 알아내시는 겁니까?” “……어머머,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인거야? 이럴 수가. 정말이지 제국의 수치가 아닐 수 없구나. 황태자가 황태자비를 안아보지도 못했다니-” “누님! 자꾸 쓸데없는 소리 하실 거면 차라리 나가주세요!” 이펠리온이 미간을 찌푸리며 버럭 언성을 높이자 에트레아는 짐짓 슬프다는 듯, 그러나 사실은 태연자약한 얼굴로 설레설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아, 이래서 동생 키워봐야 소용없어. 업어 키워준 누님에게 하는 소리가 겨우 저딴 소리라니.” “누님이 언제 절 키우셨습니까? 늘 궁 밖으로만 도셨으면서.” “농담도 안 통하다니 정말 몹쓸 남자로 컸구나, 이펠. 이 누나는 매우 슬퍼지려고 한단다. ……그런데 무슨 서류인데 내가 들어온 것도 모르고 그렇게 정신없이 읽고 있었어?” 에트레아는 그렇게 말하며 이펠리온이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그의 손에 들린 종이 뭉치를 휙 빼가 첫 장을 눈으로 훑어 내렸다. 그리고 서늘한 겨울의 하늘빛 같은 엷고 시린 청재색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황태자비 동향 감시 보고서?” 그리고 그녀는 두 어 줄쯤 더 읽다가 서류에서 눈을 떼고 이펠리온을 바라보았다. “이펠, 리델에게 감시를 붙였니?” 이펠리온은 어깨를 으쓱 해보였다. “어쩔 수 없잖습니까. 지금의 지위야 어쨌든 그녀는 제국 사람이 아니라 베르비스인이니까요. 제국 외의 국가는 잠재적인 적국…… 아직 제국의 힘이 대륙 전체에 온전히 미치지 못해 불안정한 지금 같은 때에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이지, 나쁜 남편이구나.” 에트레아는 더 볼 가치도 없다는 듯 보고서를 탁자 위에 던져 놓았다. 그녀의 말투에는 비난의 기색보다는 ‘오늘 저녁 식사에 나온 송아지 요리가 맛있었지.’라고 말하는 것처럼 덤덤한 감상 같은 느낌이 더 강하게 묻어나왔다. 이펠리온 역시 무심하게 대꾸했다. “황족은 성년이 되자마자 라이카셀의 검과 레비디어의 방패에 걸고 일평생 누군가의 누구이기 이전에 제국의 주인이기를 맹세하는 족속들이잖습니까. 이제 와서 뭘 새삼 그리 감상적으로 생각하십니까.” “그래…… 그렇지. 뭐, 그래봤자 네가 나쁜 남자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만.” 여전히 가차없는 그녀의 말에 이펠리온은 조금 쓴 웃음을 지었다. “역시 그런가요.” “응. 최악. 나라면 너 같은 남자에게, 그것도 적국에 팔려오다시피 시집오느니 필라이논 절벽에서 뛰어내리겠어.” “하지만 누님이 제 입장이셨다면 누님도 그리 하셨을 것 아닙니까.” 그의 말에 에트레아는 식어버린 차가 담긴 찻잔에 무심하게 던지고 있던 시선을 들어 이펠리온을 바라보다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 너나 나나 어쩔 수 없는 제국인이고 황족이지……. 지겹게도.” 에트레아는 턱을 괴고 창 밖을 내다보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그 애에게만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니, 이상한 일이지.” 이펠리온은 눈썹을 치켜뜨고 물끄러미 에트레아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창밖으로 던진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말이 없었다. 어색한 침묵만이 식어버린 찻잔 속의 찻잎처럼 바닥에 가라앉았다. “자, 우중충한 얘기는 집어치우고. 그럼 난 오늘도 우리 귀여운 황태자비 마마와 함께 대욕탕에서 과일 목욕이라도 즐겨 볼까~” 에트레아는 짐짓 쾌활한 목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겨울철에 비싸게 수입한 과일로 목욕이라니, 그런 세금 낭비는 그만 좀 하시라니까요!’라고 타박하는 이펠리온의 말을 ‘어머, 세금 낭비라니. 감시 따위를 붙이는 못미더운 남편 대신 고향을 그리워하는 황태자비에게 남부의 정취를 잠깐 즐기게 해주려는 이 누님의 배려인데, 말이 심하다?’라고 받아쳤다. 이펠리온은 이제 일일이 대꾸할 기운조차 없다는 듯 입을 다물었고, 에트레아는 느긋하게 손을 흔들며 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다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빙글 돌아 서서 그를 향해 씽긋 장난스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펠, 솔직히 말해보렴. 부러워 죽겠지?” “부럽긴 누가 부럽습니까!” 버럭 소리를 지르는 이펠리온을 뒤로 하고 에트레아는 깔깔거리는 높고 맑은 웃음소리만 남긴 채 방을 나갔다. 거대한 문이 둔중한 소리를 내며 닫히고, 이펠리온은 닫힌 문을 잠시 흘겨보다가 흩어진 서류를 집어 들고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몇 줄 채 읽지도 않고 티 테이블 위로 휙 내던지듯 내려놓고, 깍지 낀 손을 목 뒤에 대고 의자에 길게 기대었다. 그리고 애꿎은 천장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쳇, 제길. 부럽잖아.” -------------------------------------------------------------------- 요점은 맨 앞 부분과 맨 뒷 부분입니다 사실 (...) 덕택에 중간이 안풀려서 지금껏 내버려두고 있었어요;; '라이카셀의 검과 레비디어의 방패에 대고 맹세하다'는 제국인들의 관용구입니다. 이에 관한 이야기는 또 썰이 길어지니 일단 제껴두고, 그냥 서양인들이 성서에 대고 맹세하는 것과 같은 뉘앙스라는 것만 이야기하지용 '~' 닫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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