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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 머스트 고 온~ 음..
by 묘희 at 11/26
헉 일부러 훼이크도 쳤던 ..
by 묘희 at 11/26
모 사이트에서 저 얘기를..
by AilinLusse at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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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문 24제 - 24. 은빛 여왕의 분홍 손톱
원고 현실 도피를 하다보니...orz A4 한장이라는 규칙이 무색하게 무식하게 깁니다. 그런데 아마도 퀄리티는 박살일 것 같고....ㄱ-
카르에이나 크로니클의 이야기입니다. 제국남매 이펠리온,에트레아와 정체를 알 수 없는 꼬맹이 아밀레스의 이야기예요. 별 사건도 밝혀지는 것도 없어서 재미 없습니다 ㅇ<-< (저희집 인형들을 아시는 분이면 한 5.22g 정도는 재미있을지도) 게다가 제목이랑 무슨 상관이야? 라는 기분도....ㄱ-;

그래도 보시려거든 클릭.

24. 은빛 여왕의 분홍 손톱


“누님. 아무래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어째서 그런 중대한 일을 황실 밖의 사람, 그것도 한갓 귀족가의 어린 영애에게 조언을 구하시려는 겁니까?”
“중대하기 때문이야. 모르면 잠자코 있어라.”

이펠리온의 말에 에트레아는 줄곧 커다란 제국의 문장이 섬세하고 화려하게 새겨진 문에 두고 있는 시선을 거두지도 않고 대답했다. 두 사람은 제국의 위용을 자랑하듯 화려한 장식들과 기품 있는 가구로 꾸며진 황실 접견실에서 오늘의 접견 예정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보통의 접견자와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황실측에서 먼저 접견을 청했다는 것일까. 위세를 떨치고 있는 라이카셀 제국 황실로서는 실로 드문 일이었다. 그렇기에 아침 식사 자리에서 누나 에트레아로부터 일방적으로 접견 예정의 통보를 받은 이펠리온으로서는, 아무래도 의문점이 깨끗이 가시지 않아 심기가 꽤 불편한 상황이었다. 그는 기다림의 무료함과 초조함에 못 이겨 자신의 풍성한 적갈색 곱슬머리 끝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며 꼬고 있는 에트레아에게 재차 물었다.

“대체 그 꼬마가 누구이길래 이렇게 누님이 몸소 기다리시는 겁니까? 그리고 제가 이 자리에 있어야 할 이유는?”
“그냥 설명해주면 네가 믿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이지. 이제 너에게도 슬슬 알려줄 때가 되었으니까.”
“그러니까 대체 그게 무슨……!”

여전히 모호한 대답만을 하는 에트레아에게 벌컥 언성을 높이려던 이펠리온의 말은 접견자가 왔음을 알리는 시종의 공손한 말에 중단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접견 홀의 육중한 문을 열고 그들이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들어왔다.
누구나 첫마디에 ‘하얗다’라고 말할 법한 소녀였다. 눈처럼 새하얀 긴 곱슬머리-흔히 노인들의 하얗게 센 머리칼과는 차원이 다른 빛의 밝은 은발이었다-가 허리 아래까지 닿았고, 약간 붉은 입술만이 도드라져 보이는 투명하고 하얀 대리석 같은 피부가 멀리서도 눈에 띄었다. 그리고 모양은 단순하지만 고급 옷감으로 기품 있게 차려입은 외출용 드레스의 색 마저 눈처럼 하얀 빛깔이었다. 머리칼과 마찬가지로 엷은 빛의 긴 속눈썹이 자리한 아래 보이는 눈동자는 제비꽃을 보석으로 바꿔놓은 듯 빛나는 보랏빛이었다. 겉보기에 적으면 10살, 많으면 13살 정도로 보이는 작은 소녀였다. 붉은 빌로드를 씌운 화려한 의자에 앉아있는 에트레아와 이펠리온을 말끄러미 바라보던 소녀는 고요히 다물고 있던 작은 입술을 열었다.

“오랜만에 보네. 그간 바빴나 봐, 에트레아?”
“아아, 조금은. 어서 오시오, 유트렌시아 가(家)의 아밀레스.”

아밀레스라 불린 소녀의 말에 이펠리온은 너무 황당하여 말도 나오지 않는 듯 입만 뻐끔거렸다. 기사국이었던 라이카셀 공국에서 출발한 제국이니만큼, 황실의 법도는 매우 엄격한 편이라 황실의 혈족들조차 설령 한 핏줄이라 해도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서로 경어를 사용할 정도이다. 그런데 한낱 구 공화국 시절의 참주 집안의 식솔에 불과한 소녀가 계승 서열 2위의 황녀에게 경어도 경칭도 사용하지 않다니, 이는 제국 황실의 심장부에서 나고 자란 이펠리온으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그러나 에트레아와 소녀 어느 쪽도 그 사실에 개의치 않는 듯 했다. 무표정한 소녀는 무릎까지 오는 하얀 외출용 드레스의 끝자락을 양 손으로 살짝 잡고 무릎을 가볍게 굽히며 목례를 했다. 본디 황족 앞에서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허리를 깊숙이 숙여 절하는 것이 정식임을 생각할 때, 이정도면 가히 파격적인 대접이라 할 수 있다. 이펠리온은 점점 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온통 새하얀 꼬마가 대체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없어졌고, 그 의문이 깊이를 더해감에 따라 미간에 새겨지는 골은 깊어만 갔다.
아밀레스는 에트레아가 권하는 의자에 폴짝 뛰어오르듯이 앉았다. 작은 몸집 탓에 바닥에 발이 닿지 못하고 허공에서 흔들거렸다.

“지루한 예법은 다 집어 치우고, 요점만 묻도록 하지.”
“세텐 가의 반란 때문에? 하긴, 제국에게는 엄청 중요한 문제겠지.”

아밀레스는 무심히 손을 뻗어 앞 테이블에 놓인 찻잔을 집어 한 모금 마시고 입을 열었다. 에트레아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으나, 이펠리온은 당황하여 그녀에게 물었다.
“누님, 저 문제는 황실 내에서도 극히 일부의 사람만이 알고 있는 문제 아니었습니까? 어째서 한낱 유트렌시아 가의 식솔 따위가 저 일에 대해 알고 있는 겁니까?”
이펠리온의 질문에 대답한 것은 에트레아가 아니었다. 아밀레스는 탁 소리가 나게 받침 위에 찻잔을 내려놓고 제비꽃색의 차가운 눈동자를 들어 이펠리온을 노려보듯 응시했다. 그녀는 비록 말투는 여전히 아이의 그것이었지만, 어딘지 꼿꼿한 위엄이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마치 여왕처럼.

“아무 것도 모르는 황태자는 빠져 주겠어? 아밀레스는 지금 네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니까.”
“뭐가 어째?”

이펠리온은 자신을 깔보는 말에 발끈하며 자기도 모르게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려 했으나, 에트레아는 손을 들어 그를 제지하며 가만히 있으라는 눈짓을 했다. 이펠리온은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제 자리에 다시 앉았다.

“그래, 제국 조세 수입의 삼분의 일을 담당하는 게헤미렌 지방, 그리고 세텐 가가 불온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황실 내에서는 세텐이 제국에 반기를 들려 획책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지. 만일 사실이라면 제국으로서는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이 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심증에 불과해서, 아직도 게헤미렌에서 카트치반 공국 시절의 위세를 그대로 누리고 있는 세텐 가를 함부로 건드릴 수는 없어. 물론 언젠가는 제국의 힘으로 온전히 복속시켜야 할 상대이긴 하지만……. 과연 지금이 그 때가 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무조건 감행하기엔 위험 부담이 너무 커.”
아밀레스는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그런 건 일일이 알려주지 않아도 아밀레스는 이미 다 알아.’라고 말했다. 그리고 다시 말없이 차를 한 두 모금 마시다가, 이펠리온과 에트레아에게 손등이 보이도록 한쪽 손을 들어올리며 입을 열었다. 입은 생글생글 귀여운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너무 투명해서 외려 그 속을 알 수 없는 눈동자는 여전히 무표정했다.

“있지, 아밀레스의 손톱, 어때? 예쁘지 않아? 시녀들이 분홍색이 어울린다면서 칠해줬는데.”
“그래? 잘 어울리네.”

에트레아는 그녀의 뜬금없는 말에도 별로 당황하지 않은 듯 역시 빙긋 웃으며 답했으나, 이펠리온은 아밀레스의 장난스런 태도에 부아가 치민 듯 얼굴을 있는대로 찡그렸다. 그러나 아밀레스는 그의 붉으락푸르락 하는 표정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어린아이 특유의 높고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응, 시녀들이 그러는데, 손톱을 예쁘게 다듬고 싶으면 마구 잘라내면 안된대. 얇은 줄을 가지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갈아줘야 한대. 처음에는 갈리는지 아닌지 잘 보이지 않겠지만, 끈기를 가지고 갈다보면 점차 원하는 대로 예쁜 모양새가 나온다는 거야. 조급함을 못 이기고 잘라버리면 잘못 잘라 피가 날수도 있고, 손톱 모양도 점점 밉게 변한다나?”

아밀레스는 말을 마치고 들어올렸던 손을 얌전히 모아 무릎위에 올려놓고 빙긋 웃었다.

“에트레아도 그렇게 해봐. 조금 시간이 걸려도 손톱은 깨끗하고 예쁜 게 좋잖아?”
“그래. 알겠다.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전부인가?”

아밀레스는 여전히 어딘지 기묘한 위화감이 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에트레아는 그에 아무 말 없이 다시 찻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조금 전까지 그렇게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던 이펠리온도 어쩐 일인지 진지하게 가라앉은 얼굴로 똑바로 앉아 아밀레스를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흘깃 눈을 들어 이펠리온의 금빛 눈동자와 맞닥뜨린 아밀레스는 여전히 조그만 붉은 입술로 그리는 미소를 지우지 않고 말했다.

“아, 그럼 이만. 아밀레스는 이제 곧 유트렌시아가의 급서(急書)를 받을 예정이라서.”
“급서를 ‘받을 예정’?”

이펠리온이 눈썹을 들어올리며 반문했으나, 아밀레스는 대꾸도 없이 의자에서 폴짝 뛰어 내려 거대한 접견 홀을 총총걸음으로 가로질러갔다. 그리고 커다란 문을 있는 힘껏 잡아 당겨 열었다. 그러자 허겁지겁 달려온 듯 온 몸이 땀에 젖은 사자 하나가 열린 문 안으로 들어와서, ‘유트렌시아 가로부터의 급한 서신입니다, 아밀레스님.’이라고 말했다. 자신도 모르게 휘둥그래진 눈으로 사자와, 보일 듯 말 듯한 기묘한 미소를 지으며 문가에 서 있는 소녀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런 그의 시선을 느꼈는지 아밀레스는 눈꼬리를 휘어 접어 쿡쿡 웃으며 말했다.

“거봐. 내 말이 맞았지?”

그리고 그녀는 사자로부터 서신을 받아들고 ‘그럼 후일 다시 보지.’라는 인사만을 남기고 문을 나섰다. 에트레아는 그녀가 홀 밖으로 나갈 때까지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고개를 돌려 이펠리온을 바라보았다.

“너도 이해했겠지? 저 애가 아까 무슨 이야기를 한 건지.”

이펠리온은 무언가에 홀린 듯 계속 문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가, 등 뒤에서 들려오는 에트레아의 목소리에 불현듯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잠시 속으로 단어를 고르는 듯 말이 없다가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금 당장 세텐 가를 칠 것이 아니라, 좀 더 시간을 들여 세텐 가를 구슬려가며 천천히 장악하라는 이야기 아닙니까. 표현 방법이 좀 유치하긴 했지만.”
“그래, 맞아. 당분간은 게헤미렌을 주시하고만 있으라고 사르가 장군에게 일러줘야겠군.”

에트레아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손에 든 부채로 어깨를 톡톡 가볍게 두드렸다. 하지만 어쩐지 접견 전보다 훨씬 밝은 표정의 그녀를 보며 이펠리온은 미심쩍다는 듯 물었다.

“무엇을 믿고 저 꼬마의 모호한 이야기대로 그 중대한 사안을 결정하시겠다는 겁니까?”

그러나 에트레아는 그의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부채를 쥐었다 폈다 하며 그에게 되물었다.

“이펠. 인간이 모든 것을 알 수 있을까?”

이펠리온은 그녀의 뜬금없는 질문에 잠시 의아해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불가능하겠죠. 불완전한 인간이니까.”
“그래, 그게 보통의 인간이지. 하지만 아밀레스 유트렌시아는 과거의 것이든, 현재의 것이든, 미래의 것이든, 모든 존재에 대한 모든 지식을 가지고 있어.”
“그런 게…… 가능한 겁니까?”
“나도 실제로 만나서 보기 전까지는 믿지 않았어. 하지만, 틀림없는 사실이야. 무엇이든 알고 있고, 제국 황실이 황궁으로 불러들여 물으면 그 답변을 내놓는다. 물론 방금 전처럼 전혀 딴소리를 하는 것처럼 말하기 때문에, 조금 인내심을 가지고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지만.”
“아버지…… 아니, 황제 폐하께서는 저 꼬마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물론. 제국의 계승자, 그리고 유트렌시아 가의 당주에게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비밀 같은 존재니까. 사실 유트렌시아라는 성은 자기 멋대로 빌려 쓰고 있다는군. 원래 이름이 무엇인지, 무엇 때문에 제국의 그늘에서 자신의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지, 그리고 정체가 무엇인지…… 아무것도 알 수 없어. 제국에 있어 다소 불친절한 조력자라는 사실 외에는 무엇 하나 명확한 것이 없지.”

그렇게 말하며 에트레아는 조금 지친 얼굴로 긴 의자에 눕듯이 기대어 앉았다. 이펠리온은 그런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방금 들은 도무지 믿기 힘든 이야기들을 곱씹어 보고 있었다. 문득 시녀들이 다듬어 놓아 가지런히 정돈된 길쭉한 손톱 끝을 태양빛에 이리저리 비추어보며, 에트레아는 피식 웃었다.

“손톱 다듬기라. 속에는 몇 살이나 먹은 노파가 들어앉아있을지 모를 존재이면서, 그래도 생긴 것 마냥 소녀인척하고 싶다 이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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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묘희猫姬 | 2006/07/12 02:14 | └ 단문 24제 | 트랙백 | 핑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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