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은 루아리델과 에트레아. 아주 짤막합니다. 누님의 성격과 리델의 성격을 집약해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아주 길지는 않지만 예의상 접어주기. “흐음, 시골구석 베르비스의 촌뜨기치고는 퍽 곱게 생겼구나.”
에트레아는 눈썹을 치켜 올리며 재미있다는 듯 말했다. 주위의 사람들이 그녀에게 뭐라 말할 틈도 없이, 에트레아는 가지런히 잘 손질된 손톱이 자리한 긴 손가락을 들어 그 끝으로 루아리델의 턱 밑에 대고 슬쩍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대로 얼굴을 바싹 들이대고 마치 시장에서 과일을 고를 때처럼 여기저기 들여다보았다. 아무리 막강한 권력을 자랑하는 제국의 황녀인 에트레아지만, 마치 아랫사람을 대하는 듯한 이 태도는 변방이라고는 해도 엄연히 독립국인 베르비스 왕국의 왕녀에게 할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예의에 어긋나도 한참 어긋나는 그 행동에 루아리델의 옆에 서 있던 전속 시녀가 당황하여 뭐라 말하며 에트레아를 제지하려 하자, 루아리델은 손을 들어 그녀를 막고 눈을 들어 에트레아를 바라보았다. 놀랍게도 그 얼굴에는 미미한 미소가 서려 있었다.
“칭찬으로 듣고 감사히 여기겠습니다, 황녀님.”
흐트러짐 없이 여전히 차분하고 상냥한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에트레아는 잠시 말없이 그대로 루아리델의 깊은 바다 빛깔의 눈동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눈동자는 여전히 곧게, 주눅 드는 기색조차 없이 그 시선을 받아내고 있었다. 에트레아는 이내 입꼬리를 말아 올려 씨익 웃고는 루아리델의 턱에 대고 있던 자신의 손가락을 떼었다. 그리고는 손에 든 화려한 깃털 장식이 달린 검은 부채를 까딱까딱 흔들며 말했다.
“처음에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얼굴이 좀 귀엽고 예쁘장하게 생긴 것 빼고는 별 볼 일 없는 변방 촌뜨기인 베르비스의 왕녀를, 미인이라면 이 제국의 수도 카셀라에서 차고 넘치도록 보고 자라온 이펠이 왜 그렇게 가지고 싶어 안달을 하는 걸까~ 하고 의아해했거든?”
그녀는 색이 빠진 듯한 엷은 청잿빛의 눈을 휘어 접으며 쿡쿡 웃었다. 샹들리에의 눈부신 빛을 받아 유난히 붉어보이는 적갈색의 풍성한 곱슬머리가 그녀의 웃음소리에 맞춰 춤을 추듯 흔들렸다.
“그런데 이제 좀 알 것 같네. 좋아, 마음에 들었어.”
에트레아는 루아리델의 하얀 뺨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고, 그녀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난 말이지,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이펠이 갖고 싶어 하는 거라면 뭐든지 갖게 해줬거든? 그러니까 이번에도 마찬가지야.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어. 넌, 라이카셀 제국 황태자 이펠리온 라이카셀의 것이 될 거야.”
그녀는 마치 선전포고라도 하듯 접어 쥔 부채 끝으로 루아리델을 가리키며 말하고는 빙글 돌아섰다. 몇발짝 옮기던 에트레아는 마치 ‘참, 깜빡했다’라고 말하듯 손에 쥔 부채를 다른 손 위로 탁 치듯 내려놓고 뒤돌아 예의 그 눈꼬리를 휘어 접어 웃는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내 마음에도 들었으니까, 이펠이 널 가질 수 있게 좀 더 열심히 노력할 수 있을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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