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Information ::

*그간 제가 참여 또는 발간했던 회지 정보입니다. 비정기적으로 따로 알림 없이 수정 및 업데이트되며, 위로 갈수록 신간입니다.
*이 포스팅은 항상 Lotus Eater 최상단에 위치합니다.

펼쳐봅니다.

by 묘희猫姬 | 2008/12/31 23:59 | 공지[公知] | 트랙백 | 덧글(9)

:: Guest Book ::

*방명록용 포스트입니다.
안부 인사, 링크 신고, 연락용 글, 기타 포스트 내용과 관계없는 댓글들은 이 포스트에 달아주세요.

*좌측 이미지는 기분 내키는대로 비정기 갱신됩니다 'ㅂ'

by 묘희猫姬 | 2008/12/31 23:59 | 공지[公知] | 트랙백 | 덧글(8)

7월 3rd Place 참가 안내 및 신간 구두 예약

7월 19~20일, 약수역 뮤지컬 하우스에서 열리는 제 3회 3rd Place에 개인 서클 Lotus Eater로 참가합니다.


<구간> 으로는 이제 제목 쓰기도 지겨운 ㄱ-; 마비노기 G2 리다이어X아란웬 팬북 [Missing on the way]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 팬북 [AMPUTEE](카피본)를 들고 나갑니다. AMPUTEE는 재판 요청이 좀 있어서 소량 재판할 건데, 신간 마감에 쫓기면(....) 초판보다 표지를 간소화시킬 지도 모르겠습니다;

<신간>으로는 비툴 커뮤니티 삼북주공아파트 14동 기반 오리지널 북 [ ricordo vecchio ] 냅니다. 교일&해량의 삼북 시절 이전의 과거 이야기로, 일단은 글 두 편만 예정하고 있습니다. 여유가 생기면 그 외의 것을 첨가할 지도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네요 =_);;
사양은 늘 그렇듯 A5, 카피본, 표지는 흑백이냐 컬러냐 놓고 빡시게 고민중. 페이지수는 마감 끝내봐야 알겠지만 대충 표지 제외 16~20p 쯤 잡고 있습니다. 가격은 단가 봐서. 그래봤자 2천원 안 넘깁니다.


이 포스트에서 삼북 책 수량 조사 겸 구두 예약 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비공개 댓글 부탁드릴게요. (바티스타북이나 리다아란 할로윈북 등 이전 카피본 재판 구입 의사 있으신 경우도 댓글 부탁드립니다. 특히 할로윈북은 재판 구입하실 분이 나와야 재판하며, 표지 디자인이 초판보다 간소화됩니다.) 댓글 다실 땐 책 종류/권수 적어주세요~ (권수 안 적으시면 한 권으로 봅니다)

기한은 7월 15일까지입니다. 예약 특전은 뭐 해야 할 지 고민중이긴 한데 하여간 소소하게나마 있을 것 같고요;
통판도 가능합니다. 통판 원하시는 분은 댓글에 이메일 주소 남겨주세요. 행사 끝나고 입금 계좌와 가격, 배송 정보 등을 알려드립니다.


* 리다아란북 Missing on the way의 샘플은 여기
Ever, All Hollows의 샘플은 여기 (1) (2) 서 보시면 됩니다.

* 그리고..... 삼북 책 축전이 고파요 굽신굽신 (.....)

by 묘희猫姬 | 2008/07/15 23:59 | 공지[公知] | 트랙백 | 덧글(4)

[오리지널] 葱竹之亂 - (2)

지난번 것에서 좀 잘라내서 새로 쓴 분량이랑 같이 합쳤습니다. 이렇게 나누는 편이 더 나을 듯 하야....
암만봐도 이게 '딴짓'이라서 그간 엄청 달렸던 것 같네요 ㄱ-;; 물론 이런 만담쌈박질(?)을 좋아하는지라 쓰는 게 꽤 재밌어서이기도 했지만요.

여성향, 전연령. 보시려거든 클릭.



    새벽 내내 갖은 수를 써서 머리를 비우고 잠들어보려 애썼으나, 그럴수록 정신은 도리어 또렷해지면서 뒤에 들러붙은 녀석의 숨소리와 심장 소리와 바싹 닿은 살 하나하나에 신경이 쓰였다. 이 세계와 저 세계 사이에 의식을 반쯤 걸쳐놓고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가물대는 의식으로 헛것에 가까운 꿈에 시달리며 꾸벅꾸벅 졸기만 했으니, 이래서야 자도 잔 게 아니다.

    그러는 사이 슬금슬금 쏟은 물이 번지듯 방 안으로 아침 빛이 새들어 오더니 결국 동이 텄다. 중력에 순응하려는 눈꺼풀을 어거지로 밀어올리며 일어나면서 시계를 보니, 핸드폰 알람을 맞춰놨던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늦은 시각이었다. 알람을 듣고도 못 깨다니, 정말 인생 초유의 사태다.
    덕택에 열통이 터져, 내 몸 위로 처덕처덕 둘러진 녀석의 팔다리를 힘껏 잡아 뜯어 뒤로 내던지고 이불에서 빠져나왔다. 그 결에 잠이 깼는지 녀석이 부시시한 얼굴로 상체를 일으킨다. 마음이 급해 옷을 잡아뽑듯 갈아입으며 참 일찍도 일어난다고 비아냥대니, 자기는 주 4파라서 오늘 수업 없댄다. 그리고선 입 찢어지게 하품을 하더니, '역까지 가는 길 알지? 잘 가라. 난 더 잘란다.'라면서 도로 이불을 덮고 누웠다.
    ......야 이 망할 자식아, 확 사시 십수나 해버려라! 하고 소리치고 걸지게 패주고 싶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런 입싼 저주를 퍼붓기는 찜찜해서 녀석의 등짝을 걷어차주는 걸로 만족하고 나와야 했다.

    그 뒤는 뻔했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들어간 컴퓨터실에서는 결국 레포트는 쓰다 말고 그대로 엎어져 잠들어 버렸고, 덕택에 쪼잔하게 지각 체크까지 다 하는 첫 수업에 장렬히 늦어버렸다. 그 뒤로 이어지는 다른 수업 시간에도 졸다가 교수한테 찍히고, 또 그 뒤의 수업에서는 졸다가 책상에 머리를 요란맞게 찧어서 온 몸 바쳐 강의실에 웃음을 선사한 꼴이 되었다. 제기랄.

    이 모든 것의 원인을 제공한 애증의 레포트도 결국 간신히 분량만 맞춰 마감 한 시간 전에 허겁지겁 제출했다. 당연히 내용은 함량 미달. 아무리 내가 미신을 배격하는 기독교 신자라지만, 이건 정말 마가 끼었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연이어 꼬인 일만 일어난 탓에 짜증이 북북 치밀어, 빌린 책은 그대로 방 구석에 처박아 버렸다. 돌려주러 가기는 커녕 연락도 하지 않았다. 뭐, 사소한 복수다. 놈네 학교 학부생은 대출기간 10일에, 연체시 페널티로 연체 일수 만큼 대출 정지였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 한동안 이대로 먹고 오리발 내밀어야지.
    문득 녀석이 얼핏 지성은 날려먹고 야성만 남긴 것 같아 보여도 의외로 책 읽는 거 좋아하던데, 대출 정지 먹으면 좀 곤란하려나? 잠시 마음 한 구석이 콕콕 쑤시는 듯한 기분도 들었지만, 이내 콧방귀를 뀌며 날려버렸다. 오히려 모 대학처럼 연체료 방식이 아니라서 녀석에게 피부로 와 닿는 타격을 줄 수 없는 점이 조금 아쉽다는 생각까지 하며.






    "야, 이....... 미친 새끼야!! 누구 앞 길 막으려고 이 지랄이야?!"
    "그러길래 누가 문자랑 전화 다 씹으랬냐."

    사돈의 팔촌의 이모의 고모의 삼촌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 마냥 덤덤한 얼굴로 팔짱을 낀 녀석의 얼굴에 더 열통이 터져 와락 멱살을 쥐고 머리 끝까지 열이 올라 씩씩거리며 소리를 질러댔다.

    불과 몇 분 전 까지만 해도 평온하던 강의실에 풍지평파를 일으키고, 노발대발하는 교수님에게 쫓겨나다시피 강의실에서 뛰쳐 나와 이 놈과 멱살을 붙들고 마주하고 있다. 이 말도 안되는 상황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과열된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바람에 말이 나오지 않아 부득부득 잇소리만 내고 있다.

    아, 그래, 내가 이런 꼴에 처한 건 분명히 어느 정도는 내 탓이다.
    책을 빌려온 지 일주일이 좀 넘게 지나자 녀석에게서 띄엄띄엄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책 아직도 필요하냐? 일단 10일 연장해놓을 테니까 다 쓰면 갖다줘라.' ' '내일까지 반납하라고 도서관서 독촉 문자 왔다. 언능 갖다줘라.' '야 임마 내 책도 아니고 도서관 책 먹어서 어쩌겠다는 거냐?' 등등. 물론 1 바이트 짜리 답장조차도 안해주며 무시했다.
점점 격해지는 반응을 보며, 저 너머에서 울그락한 얼굴로 담배를 꼬나물고 키패드를 꾹꾹 눌러 문자 찍고 있을 녀석을 상상하니 퍽 유쾌했다. 새키 지금쯤 똥줄 타겠지, 하고 핸드폰 액정에 찍힌 부재중 수신 번호를 보며 혼자 킬킬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슬슬 받으러 오라고 연락이나 해 볼까, 하던 딱 그 타이밍에 '그렇게 나오시겠다 이거지. 나도 생각이 있다.' 라는 최후통첩성 문자를 받고서는 머릿 속 핏기가 사악 증발하는 기분이었다. 아차, 장난도 정도껏 쳤어야 했는데, 싶어 덜컹했지만 이미 늦었다. 이 놈 화나면 눈에 보이는 게 없는 놈인데.
    슬금슬금 밀려드는 불안감에 혼자 머리 싸쥐고 구르다가 택배로 슬쩍 보낼까 하는 생각까지 해봤지만, 녀석의 자취집 주소까지 내가 알 리가 없다. 그렇다고 그 상황에서 먼저 연락하고 책을 돌려주러 가는 건 그야말로 호랑이 굴에 뛰어 들어가 잠 자는 호랑이 콧등에 어퍼컷을 날리고 그 콧털을 세 다스 뽑는 것과 맞먹는 짓이다.
결국 요 사이 몇 일 동안 전전긍긍하며 핸드폰을 끼고 살았지만, 지금까지 녀석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그래, 좀 사람 짜증나게 하는 장난이긴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게 대형 강의실을 가득 메운 300명 앞에서, 한창 진지한 강의 시간에, 당당히 앞 문을 열고 들어와 수염 숭숭 난 허우대 멀쩡한 남자한테 다짜고짜 멱살 잡혀 딥키스당하는 미친 꼬라지에 처해야 할 정도로 악질적이진 않았다고!

    "어쨌거나 나랑 얘기 좀 하실까?"

    녀석이 시익 웃었다. 지나가다가 한 번 쯤 뒤돌아볼 만한 호남형 미소였다. 그러나 녀석의 눈이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울고 싶은 기분이다. 누가 제발 좀, 지금 이 상황이 농담이라고 말해줘. 



    눈 뜨고 일어나서 '아아, 악몽이었어, 꿈이라 다행이다' 라고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허벅지를 꼬집는 고전적인 수법으로 감정한 결과 안타깝게도 지금 이 상황은 엄연한 현실이다.

    결국 녀석의 손에 손목을 잡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마냥 질질 끌려와 호프집에 마주 앉았다. 잠깐 저항해보려고 했지만, 녀석의 덩치에서 나오는 무시 못 할 완력과 스스로 찔리는 구석과 이대로 도망치면 정말 신촌 굴다리 밑에 소리소문 없이 묻힐 것 같다는 위기감이 합쳐져 제대로 된 반항도 못했다.
    녀석은 말없이 커다란 생맥주 잔을 세 잔째 연거푸 비워갔다. 나는 녀석을 흘끗거리며 잔에 입을 댔다 떼었다 했다.
남들이 보면 참 조용하고 모범적인 음주 자태라 칭찬할 지도 모르겠으나, 실상은 한 바탕 휘몰아칠 폭풍 전야의 고요일 뿐임을 잘 아는 나로서는 그저 두렵기만 하다. 밥상 와장창 뒤집어 엎기 전에 밥과 반찬을 지어 조분조분 차려놓는 행태라고나 할까.

    갑자기 쾅, 하는 소리를 내며 육중한 생맥주 잔을 테이블에 꽂아내렸다. 테이블을 부술 기세로 내리친 바람에 저 건너편 바 좌석에 앉아있던 사람들까지도 움찔 놀라며 돌아볼 정도였다. 바로 앞에 앉아 있던 나 역시 예외는 아니라, 하마터면 앉은 자리에서 튀어나갈 뻔한 걸 좌석 시트를 눌러 잡으며 간신히 참았다.
    다시 피쳐를 들어 메다 꽂다시피 내려놓은 잔을 채우며, 녀석은 눈을 부라리고 금수마냥 이를 드러내며 말했다. 아니다, 으르렁거렸다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리겠다.

    "너 뭐야."
    ".....뭐가."

    나는 짐짓 태연스레 대꾸했으나 도둑이 제 발 저리다는 옛 말 틀린 데 하나 없어서인지, 대꾸하는 내 목소리는 영 뻔뻔함과 당당함이 부족하다.

    "지금 그게 남의 물건을 거진 2주 동안 삼키고 전화 씹고 문자 씹어가며 입 닦은 무개념이 할 말이라고 생각하냐? 엉?"
    "그..... 나도 이제 돌려주려고 했는데 다짜고짜 쳐들어 온 거잖아! 그리고, 솔직히 너 한 짓을 생각하면 이 정도 장난은 약과 아냐?"

    '내가 뭘 어쨌는데?' 라고 묻는 녀석의 짙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 모습에 왠지 콩알만큼 자신감이 붙어 목청을 좀 높였다.

    "네 녀석이 밤에 이....이상한 짓 하는 바람에 그런 거잖아! 것땜에 잠도 한 숨 못 자고! 잠 고문하냐?"

    그 말에 녀석의 얼굴이 한층 험악해졌다.

    "......그러니까, 겨우 잠 몇 시간 못 잤단 이유로 지금껏 사람을 그렇게 갖고 놀았다 이거지?"
    "겨어우? 다음 날 죽을 맛이었다고! 아니, 그것보다, 강의실에서 사람들 다 보는데 그 지랄 떨고! 나보고 이제 그 수업 어떻게 들어가라고!"
    "그으래? 그런 거였단 말이지?"

    다시 화제를 강의실 사건으로 돌려 녀석에게 공세를 퍼부으려 했으나, 녀석은 그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듯 했다. 점점 낮게 깔리는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녀석은 탁자 가장자리에 양 손을 짚고 후욱, 숨을 들이켰다. 두툼한 가슴팍이 들숨에 크게 부풀어 올랐다. 이 녀석 설마 여기서 야만스럽게 분노의 포효질이라도 할 셈인가?
그러나 예상외로 녀석은 들이켰던 큰 숨을 짓씹듯 나눠 뱉어내며 관자놀이를 엄지와 중지로 꾸욱 누르기만 했다. 한참을 그러고 있던 녀석은 뭔가 큰 결심이라도 한 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만 못 잔 줄 아냐, 새꺄?"

    나는 전혀 예상치 못한 녀석의 말에 내 청력 상태를 의심하며 눈만 끔뻑였다. 어? 뭐라고?
    그러나 녀석은 다시 얼굴을 알루미늄 캔 마냥 잔뜩 우그러뜨리며 입을 열었다.

    "망할, 나도 그 날 한 잠도 못잤다고. "

    이게 웬 뻘 소리래? 어이가 없어서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러나 곧 정신을 차리고 목청을 높였다.

    "못 자긴 개뿔? 좀만 더 푹 잤다간 코도 골겠더만?"
    "당연히 자는 척 한 거지!"
    "척을 하긴 왜 해?"
    "너 같으면 내 입장에서 잠이 오겠냐?"
    "네 입장이 뭔데?"
    "아 씹, 그걸 꼭 말로 해야 아냐, 등신아?"
    "뭐 등신? 너야말로 왜 말도 안 되는 걸로 시비질이야 시비질은!!"

    서로 한 치도 안 지려고 씩씩거리며 목에 핏대를 올리다가 목이 아파져 입을 다물었다. 숨도 제대로 안 쉬고 맞받아치느라 머리가 다 띵해져서 앞에 놓인 냉수를 들이켰다. 녀석은 주제에 뭐가 그리 갑갑한지 짜증스런 얼굴로 머리를 마구 헤집었다. 그리고선 우악스럽게 자기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대로 불을 붙이려다가 다시 신경질적으로 물고 있던 걸 빼어 옆으로 치워버리고 입을 열었다.

    "너, 인간적으로 말이다, 내가 몇 년을 이러고 있으면 좀 알아채야 하지 않냐?"
    "니놈이 뭘 어쨌다고?"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는 듯 입을 떡 벌렸다. 야야, 입에 까치가 둥지 틀겠다. 다물어라 좀.
    녀석은 힘줄이 튀어나올 듯 꿈틀대는 관자놀이를 꾸욱 눌러가며 나를 노려보았다.

    "넌 내가 아무 감정도 없는 사람한테 손 잡으려고 하고, 껴안으려 하고, 키스하는 발정난 놈으로 보이냐?"
    "......아니었어?"

    멀뚱히 되묻자 녀석은 머리를 쥐어싸고 테이블에 이마를 박았다. 그리고 이젠 숫제 인간의 말이 아니라 애니멀 사운드를 내고 있다. 나는 그런 녀석의 윽박지름 공세에서 잠시 벗어난 틈을 타 지금까지 들은 얘기를 되씹어 보았다. 그러니까, 저 놈은 지금 자기가 몇 년 동안 눈치 준 걸 내가 못 알아들어 먹었다고 저러고 있는 거지? 근데 괜히 들러붙는 걸로 눈치 줄 만한 종목이 뭐 있기는 한 건가?
    문득 고등학교 동창들 여럿 모인 자리에서 - 물론 '그 놈은 괜히 찝적찝적 아무한테나 들러붙는 게 문제라니까' 라고 평했을 때 놈을 아는 녀석들이 아무도 동의하지 않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다들 '에이, 걔가 무슨...... 그런 성격이 아니구만.' 하며 도무지 믿지 않았다. 대체 왜 믿지를 않는지 의아했지만 이후 물에 물 탄 듯 화제가 다른 쪽으로 넘어가서 나도 그대로 잊어 버렸던 것 같다.
    ......그게 저 녀석이 나한테만 그런 짓을 한 거라서 그랬던 건가? 그러면 이해가 가긴 한다. 그런데 왜 나한테만?
    설마......?

    사고가 거기까지 미친 순간, 녀석이 머리를 감싸쥐고 웅크린 채 낮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귀에 날아와 박혔다.

    "니미, 내가 왜 이런 둔한 자식한테 홀려가지고선......"

    넓적두툼한 누군가의 손바닥에 뒤통수를 있는 힘껏 후려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왠지 '네~ 당첨입니다~' 하며 때릉때릉 종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다. 아하, 세간에서 이런 걸 두고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하는 거구나.
    그리고 속담의 적절성에 대한 절절한 깨달음을 획득함과 동시에, 전신의 피가 활활 타오르며 역류하듯 목에서 머리 끝까지 불을 놓으며 훑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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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딴짓 그만하고 원고해야죠..... 마침 상황도 원고하라고 등 떠미는 것 처럼 되어 버렸고.
사이드도 하나 써 둔 게 있는데 그건 나중에 이 글 전체가 끝나면 올려보든지 하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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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묘희猫姬 | 2008/07/02 23:20 | 망상[妄想] | 트랙백 | 덧글(2)

가이도 다케루 - [제너럴 루주의 개선]

드디어 정발 되었습니다.....라고 쓰려고 보니 어째 나이팅게일 때도 똑같은 멘트를 썼던 것 같은 기분이 ㄱ-;;
아무튼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미스테리 엔터테인먼트 시리즈의 제 3부! (정확히 말하면 2부의 뒷면?) 제너럴 루주의 개선입니다. 나이팅게일에서 잠깐 나왔던 ER의 하야미 부장이 주인공입니다. 개인적으론 나이팅게일 참 미묘했는데, 다행히 제너럴 루주에선 바티스타 때의 느낌의 회복되어있어요. 다만 제너럴 루주는 아예 추리랑은 관련이 없는 것 같네요. 살인 사건이 나는 것도 아니고. 익명 고발장이라는 미스테리한 요소가 있긴 하지만 일정 부분 넘어가면 누가 보냈는지 충분히 알게 되고. 것보단 의사 사회를 배경으로 한 일종의 정치 소설? 의료계의 현실을 파헤치고 개선을 요구(특히 오톱시 이미징을 통한 사후 사인 판정 부문에서...하긴 이거 알리려고 쓰기 시작한 소설들이었죠 애초에)하는 사회 소설? 그런 느낌이죠.
그나저나 예담은 아무리 고정 독자층이 생겼다지만 이 시리즈 비호감 표지 좀 제발 어떻게 해 줄 수 없냐...............OTL 표지만 보면 내 천년의 사랑이 다 식을 것 같다 이놈들아!!!! ㅜㅜㅜㅜㅜ 일러스트레이터는 바뀌긴 했는데 어째 비호감인 건 여전하네요.

그리고 또...... 정발이 나와버렸으니 저지를 일은 저질러야죠. 네. 일단 물밑 작업 들어갔습니다. 결과가 어찌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여기서부턴 스포일러 함유한 포인트 감상.


* 이 책의 주인공은 단연 하야미. 천재적인 외과 수술 솜씨를 가지고 있고 우두머리 입장에 서 있는 잘생긴 남자라는 점은 기류랑 비슷했지만, 실제론 굉장히 대조적이네요. 기류가 젠틀하고 스마트한 리더였다면 하야미는 오만하지만 매력적인 폭군. 우와 이 남자 쫌 대책없다..... 근데 매력이 풀풀 풍겨!!; 라는 느낌. 제너럴이라는 별명도 어울리고요. 츄파츕스를 입에 물고 사는 남자라는 언밸런스함이 더해져서 더욱. 실제로는 저런 상사 밑에서 일하라고 하면 스트레스로 머리털 빠지겠지만....
근데 하야미 이름이 코우이치인거 보고 쫌 웃었슴다 ㅠㅠ 뭐야 기류 쿄우이치에 하야미 코우이치는;; 근데 이게 또 이름에 의미 부여하는 작가답게 재밌네요. 기류는 '최고가 되어도 겸손함을 잃지 말라'는 의미의 쿄우이치(恭一)인데 하야미는 '제일 빛나다' 라는 의미의 코우이치(晃一)니까요. 성격이 딱 드러나지 않습니까.
여튼 참 걸물인 캐릭터입니다. 그려보고 싶어져요. (표지의 그건 하야미라고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능......) 그래도 역시 기류만큼 절 두근두근하게 해주는 캐릭터는 아니지만요 훙훙.


* 근데 그 루주가 그 루즈(=립스틱)일 줄은;; 단순히 피가 붉은색이니까 루주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물론 이 설명도 맞기는 하지만. 솔직히 립스틱 칠한 하야미는 좀 웃겼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ㅇ>-<;;;; 나름 비장한 장면이었겠지만 저는 왠지 뿜고요. 하야미가 말한 신 또는 악마라기보다는 광대라는 느낌이었던지라.... 미안 제너럴.
그리고 문득 생각한 건데 이 소설 캐릭터들은 다들 뭔가 별명을 하나씩 갖고 있네요. 한 캐릭터가 여러 개 갖고 있는 경우도 많고. 캐릭터성이 강한 소설이라는 반증일까요.


* 말로만 등장했던 얼음공주 히메미야가 엄청 귀여웠어요!! 시라토리 말로는 되게 음침하고 재미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핑크 뿔테에 키가 크고 왠지 실전에 어리버리하지만 사실은 엄청난 두뇌의 소유자. 게다가 의사. 역시 시라토리의 발언은 믿을 게 못되는군요..... 그치만 역시 유유상종이라고 이쪽도 만만찮은 괴짜인 게 보입니다. 괜히 시라토리의 보좌관이겠슴까....


* 다구치 불쌍해 죽겠슴다......orz 아니 주인공 입지에서 점점 밀리고 있는 것도 가여운데, 그렇게 여기저기 치이고 부려먹히고 말이죠 ㅠㅠㅠㅠ 나이팅게일에서도 아이쿳 여전히 휘둘리는구나 '~' 하고 말 정도였는데 제너럴 루주에선 이거 뭐...... 게다가 이게 나이팅게일이랑 동시점 사건인 걸 감안하면 으악 타의에 의한 업무량이 완전ㅠㅠㅠㅠㅠㅠ


* 에식스랑 리스크랑 싸우는 거 진짜 흥미진진했습니다. 저 이런 알력 공방전 너무 좋아해요.(물론 당사자가 되는 건 사양이고.... 단지 작품 속에서 볼 때만) 그리고 정당성을 가진 쪽이 반대편을 시원하게 박살내는 것도요 (.....) 아오 다구치랑 시라토리랑 하야미가 에식스 깨부수는 거 너무 통쾌했어요. 카타르시스가 찌잉. 병원 내의 권력 암투를 그렸다는 점에서 왠지 하얀 거탑의 향기도 아스라이 느껴지긴 했지만.
번역자는 에식스 vs 리스크 때 쿠로사키 교수가 날린 한 방이 의외였다고 그러던데, 전 그 직전에 '아 이런 분위기면 쿠로사키 교수가 하야미 편 드는 반전이 일어나겠군;'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수순대로 밟아나가서 역시나 싶었어요. 저 원래 추리 소설은 진짜 거의 범인 하나도 예상 못하는데, 이 시리즈는 이렇게 눈에 읽히는 경우가 많아서 역시 미스테리로는 좀 약하구나- 싶어요.
하기사 뭐 데뷔를 미스터리 상을 받으며 해서 그렇지, 그 뒤로는 캐릭터성을 살린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겸 약간의 사회 소설 풍으로 나가도 괜찮을 것 같아요. 암만 생각해도 이 작가 캐릭터 만드는 솜씨는 좀 천재적이라....


* 그리고 이번 시리즈에서도 바티스타에 대한 얘기가 없나 눈에 불을 켜고 찾은 저. 네 제가 그렇죠 뭐.
아무튼.... 나이팅게일에선 나루미 얘기로 한 페이지 정도가 나왔는데, 제너럴 루주에선 기류에 대한 언급이 딱 한 문단 정도 있었네요 ㅠㅠㅠㅠ 쳇. 것도 직접도 아니고 다구치의 회상 중에 우회적으로 돌려서 표현. 아 그래도 그 표현은 왠지 가슴 싸했어요.... '눈처럼 내리는 벚꽃 속에서 떠나간 남자의 옆모습' 이라는 표현. 읽는 순간 그 장면이 화라라락 머릿속에 그려져서.....ㅠ_- 묘사가 자세히 들어간 것도 아닌데 왜 이리 생생한지. 그리고 '그 남자에게 부탁 받은 일은 제대로 처리한 걸까?'라는 부분은... 음, 어떤 의미로는 예전에 제가 했던 망상에 제동을 거는 표현인데, 또 어떤 의미로는 행간이 열려 있어서 아무래도 상관 없을 것 같기도 하고 그렇네요.


* 마지막의 하나부사와 하야미의 로맨스는 솔직히 좀 벙쪘긴 했습니다. 전 키사라기랑 될 줄 알았거든요 ㄱ-;;; 바티스타 때 사카이랑 오오토모가 결혼한다고 했을 때 만큼이나 읭?!?! 싶었던..... 그래도 좋긴 좋더라구요. 제가 워낙 파트너쉽을 기반으로 한 끈끈한 유대로 맺어진 남녀 관계를 좋아하는지라 u///u 왠지 그 부분 읽기가 쪼끔 부끄러웠지만.


* 나전미궁이 히메미야 외전인 건 알고 있었지만, 블랙 페앙 1988이 다카시나 병원장 외전이라는 건 제너럴 루주 후기 보고 알았습니다. 직접 언급은 안했지만 역자 소개에 현재 나전미궁과 블랙 페앙을 번역중이라고 나와있었고, 후기에 다카시나 외전을 출판 예정이라고 나와있으니 맞겠지요. 으아 이것들도 얼른 출간해줬으면 좋겠어요 ;ㅁ; 제너럴 루주 읽고서 히메미야 호감도가 급상승이라서요. 다카시나 병원장은 원래 좋아했고....


* 근데 번역에 있어서 좀 미묘한 부분이, 사토 부부장이 키사라기 쇼우코 간호사의 이름 가지고 '증거를 대, 증거(쇼-코).' 라고 말장난 치는 걸 해설을 안해놨네요. 이거 일어 모르는 사람들은 어느 부분에서 웃으란 소리? 왜 유머가 되는지도 모를텐데 말입니다. 사실 이런 현상은 바티스타 때도 있었어요. 다카시나 병원장이나 후지와라 간호사 이름 얘기 나올 때라든지. 기억이 당장 안나지만 아마 나이팅게일 때도 있었을 겁니다. 오히려 엉뚱한 부분에는 주석을 달아놓으면서 말이죠. 흐음. 한 번 번역자를 찔러볼까 싶습니다.




일단은 여기까지. 생각나는 게 더 있으면 나중에 추가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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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묘희猫姬 | 2008/06/30 01:07 | 감상[鑑賞]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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